대종회 소개
수성최씨 역사
대종회 주요사업
사랑방
자료실
인터넷족보
섣달그믐
양촌 최 유 식
섣달그믐 설풍에 문풍지가 운다.
서낭당 고갯마루 된바람 안고
쌀 팔아 설빔 마련하신 아버지 돌아오신다.
그믐밤 추위에 멍멍이도 나뭇간 속에 몸을 떨고
가끔 어둠을 향해 앓는 소리한다.
돌아 올 지아비 밥주발 아랫목에 묻어 놓고
청국장은 저녁 불 담은 화로에서 보글거린다.
까물거리는 호롱불을 벗 삼아 지아비 옷 지으시고
대청에는 떡 썰고 만두 빚는 볼 발갛게 물들인 누이들
아이는 내의를 벗어 이 잡기 열중이다.
덜컹이는 대문 소리에 귀 기우리다
봉창 유리에 눈을 대고 밖을 바라보면
새해맞이 함박눈이 바람 타고 날린다.
이윽고
서설이 내려 내년은 풍년 들겄네
눈 덮인 중절모 털며 들어서는
지아비 목소리에 방문 열고 마중한다.
새끼줄에 묶인 고등어 한손 돼지고기 두어 근
까만 운동화 한 켤레 시린 손에 들려있다.
청국장에 담긴 지어미 정성 방안에 그윽하고
추위 뚫고 온 지아비 위해 따끈하게 데운 막걸리 향이
목구멍을 간즈린다.
밖에는 함박눈이 어둠을 수놓고
방안에 돋아놓은 호롱불이 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