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근 화성시장. ⓒ채승옥 기자

"장애인 부모들이 활짝 웃을 수 있도록, 따뜻한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요즘 장애인을 위해 가장 바쁘게 움직이는 기초단체장이 있다. 4년째 경기도 화성시를 이끌고 있는 '선장', 최영근 시장이다. 시커멓게 그을린 얼굴이 말해주듯 그는 '황무지'나 다름없는 장애인 복지서비스 분야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 국내 최초, 시민이 만드는 '푸르메 장애재활전문병원'

 

화성시는 의료복지법인 푸르메 재단과 함께 향남읍 상신리 일대 3만 8천57㎡ 부지에 150병상 규모의 '푸르메 재활전문병원'을 건립키로 했다.

 

총 340억원을 들여 오는 2010년 3월 착공, 2012년 초 준공될 이 재활전문병원은 화성시에서 부지를 제공하고 푸르메재단에서 기업들로부터 건립기금을 조성해 건축·운영하는 형태로 민간과 지자체가 힘을 합하는 '제3섹터 방식'으로 조성된다.

 

'제3섹터 방식'이란 일반 시민들에게는 장애인을 위한 기반시설 마련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기업에게는 공익사업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하며 지자체 또한 도시 구성원인 장애인을 돕도록 하는 방식으로 사회 구성원 모두가 '선행'에 나설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시는 재활병원이 최첨단 재활의료서비스를 바탕으로 장애인의 독립생활과 직업 복귀를 지원하는 것은 물론 전문 의료진과 자원봉사자를 24시간 배치해 환자 가족의 일상생활과 경제행위를 보장할 수 있도록 운영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최영근 시장은 "요즘 경기가 안좋은 탓인지 대기업들의 참여가 저조하다"며 "이런 때일수록 국민을 위해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면 기업들에 대한 상징적인 의미가 커져 경기가 회복됐을 때 더 많은 이윤을 낼 수 있을 것"이라며 대기업들의 참여를 독려했다.

 

특히 최 시장은 병원 부지에 재활보조공학센터를 신축, 수입산으로 비싼 값을 치르며 마련하는 노인 및 장애인들을 위한 장비를 국내 기술로 저렴하게 만들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푸르메 장애재활병원 조감도. ⓒ화성시

◈ '작지만 즐거운 배려' 유니버설 디자인

 

지난해 10월 화성시는 전국 최초로 신체적 장애나 노소, 성별의 구분없이 누구나 시설 이용이 쉽도록 건물을 짓는 내용의 '유니버설 디자인 조례'를 제정했다.

 

장애인을 위해 다 지어진 건물의 시설을 뜯어 고치는 것과는 달리 '유니버설 디자인'은 아예 건물 설계 때부터 이를 반영하도록 했다. 이 때문에 '모든 사람을 위한 디자인', '평생디자인'으로도 불린다. 비용도 반으로 절약된다. 처음부터 이런 시설을 도입하면 기존 건물을 바꿀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엘리베이터와 화장실은 다른 건물의 면적보다 20% 더 크고, 내부 거울은 자신의 모습을 더 잘 볼 수 있도록 15도 앞으로 기울어져 있다.

 

문턱은 아예 없고 반자동으로 설치된 사무실 문은 버튼 한번에 열린다. 또 장애인이 휠체어를 탄 채로 쉽게 문을 열 수 있도록 사무실 문 열쇠 위치를 지상 40㎝ 높이에 설치했다.

 

이러한 유니버설 디자인은 '피겨여왕' 김연아가 전용 훈련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여성·청소년 문화체육 시설인 '유앤아이센터'와 지난해 9월 준공된 지상 3층의 화성시 보훈회관, 노인복지회관에 도입됐다.

 

이어 오는 2010년 100% 유니버설 디자인으로 설계된 종합경기타운이 준공되면 화성시는 '약자들을 위한 배려 천국'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최영근 시장은 "우리나라는 그동안 장애인 복지에 대해 흉내만 내는 수준이었다"면서 "노인인구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지금 준비해 놓지 않으면 나중에 큰 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라며 유니버설 디자인을 정부 차원에서 추진해 줄 것을 요청했다.

 

 

화성시 보훈회관에 도입한 유니버설 디자인으로 버튼을 누르면 문이 미닫이 방식으로 열린다. ⓒ노컷뉴스

◈ "세진아, 걱정없이 훈련하렴"

 

지난 8일 서울 중구 태평로에 위치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장애재활병원, 푸르메 재활병원 건립 선포식'에서는 눈에 띄는 한 소년이 있었다.

 

두 다리에 의족을 착용한 채 행사장을 찾은 김세진(12) 군. 무릎 아래가 없었고 오른손은 손가락이 두 개 뿐인 장애아로 태어났다. 그런 그가 지금은 못하는 운동이 없는 의젓한 어린이로 자라 한국 장애인 수영계의 대들보로 불리운다.

 

그는 '한 손으로 수영하는 아이'로 유명하며 세계장애인수영선수권 대회 3관왕을 차지한 유망주다.

 

이날 최영근 시장은 푸르메 재활병원 홍보대사로 임명된 김 군에게 '조건없는 무한 지원'을 약속했다. 전용 훈련장은 물론, 실력있는 코치 등 훈련 환경을 지원키로 한 것이다.

 

 

푸르메 재활병원 홍보대사로 임명된 김세진(12)군. ⓒ노컷뉴스

화성에 장애인 재활병원 들어선다

 

최 시장은 이 자리에서 "세진이는 장애인들은 물론, 힘들고 실의에 지쳐있는 우리 모두에게 희망과 도전의 힘을 줄 수 있는 학생"이라며 "세진이가 꿈을 이루기 위해 흘린 노력의 시간들은 그 어느것 보다 가치있다"고 지원 배경을 밝혔다.

 

"표정이 어두운 장애인 부모는 안 만나준다"는 최영근 화성시장. "아이에게 항상 웃는 얼굴로, 따뜻한 마음으로 다가가야 아이도 장애를 극복할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는 그는 장애인 부모들이 모두 웃을 수 있는 시정을 펼치겠다고 약속했다.

 

화성=CBS노컷뉴스 박슬기 기자